최근에 위염 증세가 도져서 식사가 영 불편해 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건강이 안 좋아짐을 느끼면서, 과거에 했던 수행했던 수련법들이 다시 생각이 났다. 아버지 동창이신 이상문 선생님께서 주창하신 식이요법 밥따로 물따로.
다양한 수련방법이 있지만, 핵심요결은 단 하나이다.
- 식사는 밥 위주로 된 음식을 꼭꼭 씹어서 먹을 것
- 물은 식후 2시간 이후, 가능하면 밤에 먹을 것
참으로 간단한 내용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실천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 생각해 보면, 국을 같이 먹는 한국 음식 특성도 그렇고, 패스트푸드에서는 콜라가 항상 첨부되어 있다. 세상에 맛있는 커피집, 찻집은 어찌 그리 많은지, 식후 먹는 뜨끈한 커피믹스도 나름 즐거움이다. 하여간, 몸에 좋은 것 중에는 실천하기 쉬운 것은 없는 것 같다.
회사 건강검진을 앞두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하여 점심도 가능하면 각자 조용히 하라는 주문이어서, 한 2주 정도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밥과 마른 반찬으로만 먹는 게 조금 힘든 듯하지만, 예전에 대학생 때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흰쌀밥만을 먹으면 탄수화물만 공급되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단백질이 포함된 귀리밥을 먹고 있는데 이게 참 맛있다. 귀리가 생각보다 단단해서 잡곡으로 섞어 먹으려면, 전날 밤에 물에 불려서 전기밥솥에 넣고는 예약으로 밥을 짓는 게 좋다. 불려서 연해진 귀리밥은 백미보다도 더 고소한 맛이 있다.
한 입 가득 입에 밥을 머금고, 천천히 되새김질해서 부드러운 죽을 만들어 넘기게 되면, 탄수화물 특유의 단맛이 나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대단한 반찬이 없어도 소량의 염분이 있는 반찬이면 충분히 먹을 만하다. 오히려 이렇게 먹다 보면 혀가 살아난다고나 할까, 맛에 민감해져서 김에 들어있는 소금 알갱이가 너무나 짜게 느껴질 정도이다.
다이어트를 겸하는 식단이므로, 12시쯤 점심 한 공기를 먹고 3시쯤 물 한잔 마시고, 다시 6시쯤 저녁 한 공기를 먹은 후 9시에 물을 두잔 이상 마시게 되었다. 밥을 먹은 직후에는 아무래도 시원한 물 한잔하고 싶은 텁텁함이 남지만, 이를 참고 넘긴 후 물 시간에 맞춰 물을 마시면 그 맛이 참 시원하다.
참으로 신기한 게, 밥만 먹을 때는 땀이 안 나지만, 물을 마시는 그 순간 땀이 이마에서 송골송골 배어 나온다. 몸이라는 게 신기해서 물이 없을 때는 물을 잡고 있지만, 과량의 물이 공급되면, 이제 잉여 물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인지 땀으로 오줌으로 배출하는 것 같다.
밥따로 물따로 덕분인가, 최근에 운동을 못해서 5~6kg 정도 체중이 불었는데, 3~4kg 정도는 빠진 것 같다. 일단 귀리밥에 소량의 반찬으로만 먹으니 양이 줄었고, 열심히 씹다 보니 소화도 잘되는 것 같다. 허리가 날씬해지니 한결 움직임이 부드럽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다는 16:8 다이어트 글을 읽었다. 16시간 공복, 8시간 식사인데, 이는 밥따로 물따로에 나온 점심-저녁법과 유사하다. 충분한 공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허기짐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밥따로 물따로가 참으로 효과적인 것 같다. 다만, 부족한 미네랄 등은 영양제를 물먹는 시간에 먹던지, 아니면 아주 소량의 물로 식후 바로 먹던지 하는 요령을 부려야겠지만.
자세히 보니, 우리 집 멍멍이도 밥따로 물따로구먼.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물 먹을 때는 물만 먹네. 인간도 동물이니까, 동물의 습성을 따르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슬슬 인생의 맛과 여흥을 줄이고, 건강을 위해서 인내하고 관리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실천이 중요할 뿐.